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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미에게

2020.12.19.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는 금융투자 전문 채널 박곰희TV를 운영하는 유튜버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이끌려 처음 영상을 보게 됐다. 연금저축펀드에 대해 한창 궁금했을 시기였는데 여태 찾아본 영상 중에 가장 쉽고 분명하게 금융 상품을 소개하는 채널이었다. 구독자가 되었고 올라오는 영상을 꾸준히 보고 있다. 최근에 책을 출간했다는 영상을 보고 곧장 구매했다. 오늘 소개할 ⌜박곰희 투자법⌟이다.

올해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유행될 정도로 주식 시장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해였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시기를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이 많았다. 주위에도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 하면서 짜릿한 수익을 맛본 이들이 여럿이다. 자연스레 또다시 수익을 맛보게 해줄 새로운 종목을 찾게 되고 점차 주식 투자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리라 믿음으로 장기투자한다는 게 현재의 생각이겠지만 또 다른 사건으로 주식 시장이 하락하게 된다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때 우리의 멘탈을 잡아줄 전략이 자산배분 전략이다. ⌜박곰희 투자법⌟은 PB(Private Banker)로 근무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산배분 전략을 소개한다. 자산배분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주식에만 몰빵하지 말라는 것.


자산배분 전략

자산을 안전자산, 투자자산, 배당자산, 현금자산으로 나누고 각각에 비율을 맞춰 넣어 배분해야 한다는 게 책의 골자다. 안전자산은 '금, 달러, 채권'을 꼽는다. 투자자산은 '주식', 배당자산은 '배당주, 리츠', 현금자산은 말 그대로 현금이다. 비율은 유명한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따라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지만 책에선 국내 실정에 맞는 비율을 소개한다. 안전자산 60%, 투자자산 20%, 배당자산 15%, 현금자산 5%. 물론 해당 비율이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건 현재 상황만 보고 주식에만 몰빵해서는 안된다는 점.

주식 시장에는 주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다는 것. 남들이 벌 때 함께 버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진짜 실력은 남들이 잃을 때도 버는 게 아닐까. 실제로 자산배분 전략을 이용한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S&P500과 비교해도 하락에 잘 대응한다. 지난 75년 동안 S&P500의 평균 손실이 -11.40%를 기록할 때 자산배분을 했을 땐 -1.63%에 그쳤다고 한다. 놀라운 건 단일 S&P500의 최대 손실이 -43.3%를 기록할 때 자산배분을 했을 땐 -3.93%에 불과했다는 것. 잠시 생각해보면 S&P500으로 잃는 동안 자산배분을 통해 얻는 경우도 많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생각 바로잡기

이쯤에서 "그래도 주식이 더 많이 벌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 정답이다. 손실을 버텨낼 수 있다면 주식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더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꾸준히 버는 것, 잃지 않고 버는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잃지 않는 투자 방식에 더 마음이 간다면 아래와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1. 한 번쯤 잃어도 괜찮다는 생각

저자가 만난 부자들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돈에 대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집착'이 있다는 것. 직접 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김밥 파는 CEO⌟의 저자 김승호 회장의 강연을 확인해보자. 그는 돈은 인격체와 같아서 적은 돈도 함부로 대하면 큰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여러 번 벌었으니 한 번쯤 잃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버리자.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엄격하게 행동하고 적은 돈도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

2. 모든 게 내 실력이라는 생각

최근 몇 달을 돌이켜보면 코스피가 2600을 넘고 해외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친구들의 소식을 종종 들은 것 같다.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호황이 스스로 낼 수 있는 '평균적인 수익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후에 몇 번의 손해 보는 투자를 하더라도 본인의 실력을 믿고 다시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초심자의 행운은 계속되지 않는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자.


핵심 기술

적절한 비율을 찾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전략을 실행으로 옮길 차례. 욕망을 배제한 기계적인 투자와 수익 실현/저가 매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는 핵심 기술이다.

1. 기계적인 투자

정해진 비율대로만 투자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우리는 매번 시장의 흐름을 읽어 저가에 매수하고 고가에 팔아 멋지게 수익 실현을 하고 싶은 욕망을 마주한다. 때문에 "이번엔 채권을 매수하지 말고 전부 주식에 투자하면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다. 옳은 판단일 수 있지만 잃지 않는 투자를 추구하기엔 위험이 크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유지하고 싶다면 시장의 변화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정해진 비율로 투자해야 한다.

2. 정기적인 리밸런싱

앞서 못 이룬 욕망은 리밸런싱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꾸준히 정해진 비율대로 투자하더라도 투자한 비율대로 자산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식의 비율이 높아졌을 수도 혹은 낮아졌을 수도 있다. 이때 비율이 높아진 자산을 매도하고 비율이 낮아진 자산은 매수해 비율을 맞춘다. 이를 통해 매도한 자산은 수익 실현을, 매수한 자산은 저가 매수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저자는 리밸런싱의 주기를 1년으로 권하며 자신의 생일로 정해두면 기억하기 좋다고 권한다. 단, 코로나19 같은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있을 때는 수시로 리밸런싱을 해주면 된다.


한걸음 물러나자

현실적으로 투자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투자는 부업입니다.
부업 때문에 본업이 망가져서는 안 되지요.

오늘도 많은 이들이 경제적 자유를 위해 투자에 나선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장을 보며 마음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월급쟁이로 부자가 되는 방법은 주식뿐이라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매진한다. 운이 좋다면 큰돈을 벌고 그렇지 않다면 큰돈을 잃는다.

운 좋게 큰돈을 번다면 본업이 우습게 보인다. 큰돈을 걸었으니 직장에서도 주식 창을 닫지 못한다. 본업에 필요한 역량은 뒷전이고 전업 투자자라도 된 듯 모든 일을 투자에 쏟는다. 돈도 얼마 벌지 못하는 회사 생활은 그저 고통일 뿐이다. 돈을 잃는다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이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일의 즐거움을 잃는 것은 마찬가지.

조금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하는 투자 이야기는 본업에 대해 잊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본업을 더 잘할 생각보단 부업으로 본업만큼 돈을 벌어서 회사를 관둘 생각만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돈을 잘 관리하고 투자해서 노후를 대비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공격적인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 자랑할 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당장의 눈앞에 이익을 추구하는 건 필요 이상의 일이다.

우리가 노후를 준비하고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왜 미래의 행복만을 추구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오늘 일하는 직장에서의 즐거움, 일하는 즐거움을 통한 행복을 되찾을 필요는 없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높은 수익과 눈앞의 짜릿함을 추구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하기로 하고 자산을 배분하자. 그리고 이제 주식 창에서 한걸음 물러나 오늘을 즐겁게 살아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