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서 느꼈던 것들 - 희망편
2022.04.12.
개발자로서 느꼈던 감정을 짧은 글로 담았다. 지난 절망편 이후에 희망편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망이 될진 모르겠지만 개발하면서 이런 재밌는 일, 뿌듯한 일도 종종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천재
새로운 카드 UI를 그려야 한다. 왼쪽에 이미지가 하나 있고 오른쪽에 텍스트 그리고 하단에 양쪽을 가로지르는 긴 버튼 하나. 오케이. 브라우저를 켜기 전에 간단하게 일단 대충 구조를 잡자. 스타일은 몇 가지만 주면 될 것 같은데...? 흠... flex를 써볼까 grid? 일단 flex로 해보고... 좋아. 이제 브라우저를 켜서 확인을... 어? 한 번에 됐네?
천잰가?
진리
그럴 리가 없다. 코드에는 문제가 없어. 분명 잘 되던 코드란 말이지. 왜 계속 에러가 나는 거야. 패키지가 꼬였나? 싹 지우고 다시 깔아봐도 똑같은데... 코드가 문젠가? 에러 메시지를 구글에 검색해도 모르겠다. 껐다 켜볼까?
오, 된다! 역시 진리의 껏키.
선구자
이해할 수 없는 버그로 며칠을 고생했다. 원인 자체는 단순했는데 그걸 알아내기까지 과정이 험난했다. 코드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디버깅했고 결국 원인을 찾아 해결했다.
다음 날, 옆 팀 동료가 같은 문제로 어려워하고 있었다. 바로 찾아가서 원인을 설명해주고 해결했던 PR도 공유했다. PR을 공유한 글에 👍 이모지가 달렸다. 기분이 좋다.
보람
여섯 시에 퇴근하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지난주까지 얼마나 야근했는지 모르겠다. 역대급으로 큰 프로젝트였다. 칼퇴하니 기분이 좋다. 한동안 야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기분 좋은 건 유저들의 반응 때문이다. 이전까지 불편했는데 개선돼서 너무 편하다고 개발자분들에게 고맙다고 한다. 이 맛에 개발한다.
코드 몇 줄의 힘
어느 회사나 비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단순 반복되는 업무가 있다면 효율적으로 바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엑셀 시트에 정리된 데이터를 하나씩 복붙하는 경우가 흔한 예다.
우연한 기회에 옆자리 동료가 이런 단순 반복 업무로 지쳐가는 걸 알게 됐다. 잠시 시간을 내서 스크립트를 하나 작성했다. 스크립트 파일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동료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했다. 코드 몇 줄의 힘에 새삼 감사했다.
티끌모아 태산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변수니, 배열이니 하는 개념 말이다. 반복문이나 조건문은 어떤가. 설령 이해가 되더라도 도무지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고 사소해서 그걸 알고 있다고 굳이 말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개념들이다. 바로 그 티끌 같은 개념, 지식을 조금씩 모아 모아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으니 참 놀랍다. 티끌 같은 지식을 모아 태산 같은 일을 하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