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과 젠가
2024.05.06.
오래된 코드에 기능을 추가하다 보면 젠가 후반전에 접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딘가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죠.
물론 안정적인 구조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런 불안감이 덜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걸 고려하면 오버 엔지니어링이 될 수도 있죠. 상황에 따라 작게 시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무너질까 불안한 프로젝트를 다시 처음부터 만드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한 결정입니다. 판을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안정감 있게 서비스를 쌓아 올릴 수 있으니까요.
반면 기존 코드에 새로운 코드 조각을 계속 쌓아 올리는 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는 개발자의 마음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붙여나가길 기대합니다. 그 때문에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트리고 처음부터 시작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죠. 시간은 곧 돈이니까요.
서비스를 다시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 오래된 코드를 조금씩 개선해서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 줄 아는 개발자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젠가 후반전과 같은 마음으로 개발하고 있는 분이라면, 역량 있는 개발자가 될 기회를 누리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