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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어쩌면 개발자가 아니었을지도?

2024.12.30.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시간과 돈을 쓰는 곳을 살펴보면 돼요. 2024년을 돌아보니 저는 개발자라는 정체성 외에 크리에이터, 지식 공유자, 커뮤니티 빌더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1. 크리에이터

소셜 미디어

LinkedIn(5.6K), Careerly(24K), Instagram(1.5K)를 지속했고 Threads(1.4K)를 새롭게 시작했어요. YouTube(380명)를 시작하기도 했죠. 총 팔로워는 3.3만 정도가 됐어요.

여러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컨텐츠 소비자에서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무분별한 컨텐츠 소비가 많이 줄었어요. 대신 '어떻게 하면 나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컨텐츠를 올려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이전에는 SNS라고 부르던 걸 소셜 미디어라고 부르게 된 것도 그 이유예요. 내 지인들과의 관계(Social Network)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제 생각을 전하는 미디어로 활용했어요.

YouTube도 시작했어요 YouTube도 시작했어요

다른 소셜 미디어도 성장하고 있어요 다른 소셜 미디어도 성장하고 있어요

컨설팅

소셜 미디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해 보기 위해 한 달 동안 컨설팅도 받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마케팅 설계자>라는 책에 있는 내용을 배운 거더라고요. 제가 부수입을 만드는데 욕심이 있었다면 더 유익했을 텐데 부수입에 큰 욕심이 없어요. 그래도 Threads 계정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됐어요.

컨설팅을 통해 확인한 점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꾸준한 사람이 이긴다'였어요. 여러 소셜 미디어를 '미디어'로 활용하는 사람 중에 꾸준히 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래요. 그 사람들이 결국 승자가 되는 거죠. 역시나 꾸준한 사람이 강한 사람이에요.


2. 지식 공유자

작년에 이어서 Next.js 강의를 만들었어요. 약속했던 블로그 만들기 강의였죠. 3월을 목표로 했는데 여러 번 밀려서 9월에야 마무리 지었어요.

왜 이렇게 계속 밀렸을까 생각해 봤어요. '모드 전환'이 힘들기 때문이었어요. 개발자에서 지식 공유자로의 모드 전환이 쉽지 않았어요.

평일에 스크립트를 짜는 일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작업은 토요일에 이뤄졌어요. 그래서 토요일은 '지식 공유자' 모드가 되어야 했어요. 예열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생산성이 높지 않았어요. 토요일에 가만 앉아서 지식 공유자로 이것저것 해보려고 해도 결과물이 많지 않았어요.

중간 모드인 '발표자 모드'가 도움이 됐어요. 운 좋게도 인프콘에서 발표할 수 있게 됐었거든요. 인프콘에서 발표할 주제와 강의할 주제를 같은 걸로 맞추고 발표를 위한 준비를 먼저 했어요. 그 후에 지식 공유자, 강의 제작자로 전환하는 건 조금 더 쉬웠어요.

혹시나 25년에 지식 공유, 강의 제작을 원하는 분이 계신다면 참고하세요. 개발자에서 강의 제작자로 모드 전환이 어렵다면 발표자가 되어 발표 자료부터 만들면 쉬워져요.

8월 2일, 인프콘 2024에서 발표했어요 8월 2일, 인프콘 2024에서 발표했어요


3. 커뮤니티 빌더

500명이 넘는 대학 동문 개발자 커뮤니티를 4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 1월(50명)과 9월(20명)에 오프라인 밋업을 열었어요. 준비할 때마다 힘들지만 다들 좋아해 주시고 매번 새로운 인연이 생겨서 계속해 오고 있어요.

개발자 행사를 여러 번 다녀왔어요. 인프콘, SLASH, FEConf, 당근 테크 밋업까지 발표자, VIP, 기업 부스 운영, 스탭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자 행사에 참여했어요. 다채롭게 성장하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켜보면서 늘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요.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관계를 쌓기 위함이에요. 새로운 관계로 새로운 기회, 관점을 얻을 수 있어요. 당장 결실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멀리 보면 스친 인연도 소중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믿어요.

10월 7일, 2024 당근 테크 밋업에서 스탭으로 활동했어요 10월 7일, 2024 당근 테크 밋업에서 스탭으로 활동했어요


4. 부부 여행자

1월에 시드니, 9월엔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어요. 시드니는 처음 가본 곳이고 또 가고 싶어요.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그 달콤함을 뭐라 설명할 길이 없네요. 상하이는 두 번째 방문이고 이제는 안 갈 것 같아요. 대도시는 서울로 충분해요.

두 여행 모두 부부 동반으로 갔어요. 좋은 친구들과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었어요. 해외살이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어요.

국내 여행도 많이 갔어요. 친구들과 고성으로 워케이션도 다녀왔고요. 전주, 광주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오기도 했어요. 아내와 남해로 가서 워크샵도 했어요.

해외여행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소중함, 내가 사는 나라에 대한 재발견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국내에 거주하는 게 최선인 사람도 있어요. 해외살이가 모두에게 정답일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건 거창하고 화려한 삶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지속 가능한 삶이에요.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있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1월, 시드니 여행 1월, 시드니 여행

9월, 상하이 여행 9월, 상하이 여행

5. 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있다

테슬라 오너

국내 여행을 많이 갔던 건 차를 샀기 때문이에요. 3년 가까이 탄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구매했어요. 막연하게 꿈꿨던 빨간 테슬라예요. 좋은 차를 샀으니, 국내를 쏘다니며 누리고 싶었어요.

5월에 차를 인도받았어요. 빨간색은 옵션이라 2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죠. 그런데 바로 다음 달에 이벤트로 색상 옵션을 무료로 해주더라고요. 이래서 테슬라는...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젠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비싼 차를 사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지금도 그 돈을 아껴서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요. 후회할 수도 있지만 주어진 걸 누리려고 해요.

제 차를 보며 자신의 드림카라고 해주는 분들이 있어요. 누군가의 꿈을 먼저 살아보는 것도 감사한 경험이에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잘해서 계속 모범이 되고 싶어요.

기부자

24년 3월 27일, 생일을 맞아 327만원을 기부했어요. 한부모 가정을 돕는 캠페인이었죠. 저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같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좋은 아이디어를 준 아내에게 감사해요!)

25년에도 기부해 보려고 해요. 그때는 팔로워분들에게 더 알리고 함께 해보려고 해요. 팔로워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해요. 좋은 일을 함께할 사람을 늘려가고 싶어요.

3월 27일, 생일을 맞아 327만원을 기부했어요 3월 27일, 생일을 맞아 327만원을 기부했어요


6. 독서가(?)

완독을 기준으로 총 21권의 책을 읽었어요.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이 대부분이에요. 반성할 점은 개발 관련 도서가 너무 적다는 점. 조금씩 발췌독했던 책은 많은데 진득하게 읽은 책이 없는 거 같아 아쉬워요. 25년에는 모셔둔 개발 책도 읽어야겠어요.

독서 모임에서 2024년에 읽은 책들 독서 모임에서 2024년에 읽은 책들

읽은 책 목록
  1. 1. 형법의 눈
  2. 2. 인간 실격
  3. 3. 재밌어서 밤새 읽는 물리 이야기
  4. 4.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5. 5. 불안
  6. 6. 최종 경고: 6도의 멸종
  7. 7. 총보다 강한 실
  8. 8. 노르웨이의 숲
  9. 9. 도둑맞은 집중력
  10. 10. 가짜노동
  11. 11.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12. 12. 슬럼독 밀리어네어
  13. 13. 가재가 노래하는 곳
  14. 14. 오베라는 남자
  15. 15. 햄릿
  16. 16. 프로젝트 헤일메리
  17. 17. 소년이 온다
  18. 18. 인간관계론
  19. 19.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 20. 기획의 정석
  21. 21. 모던 리액트 Deep Dive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책은 <소년이 온다>, <인간관계론>, <노르웨이의 숲>,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에요.

<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이유로 읽었는데 계엄령이 터지면서 피부로 와닿는 책이 되었어요.

<인간관계론>은 한 줄로 요약하면 '상대방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만들어라'였어요. 나만이 중요한 세상에서 타인을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배웠어요.

<노르웨이의 숲>,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소설의 맛을 다시금 알게 해줬어요. 책 이름을 되뇌는 것만으로 소설 속 분위기와 인물들의 감정이 떠올라요.


7. 2025년을 위한 Start, Stop, Continue

Stop → Start

  1. 내 힘을 많이 쓰는 커뮤니티 →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2. 개별 기여자로 남기 → 개별 기여자 이상의 퍼포먼스 내기
  3. 자아실현 컨텐츠를 되는대로 → 먹히는 컨텐츠를 체계적으로
  4.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고 하기 → 선택과 집중하기
  5. 게으른 아침 → 좋은 습관으로 여는 아침

Continue

  1. 꾸준히 컨텐츠 만들기
  2. 새로운 관계로 시야를 넓히기
  3. 투자 상태를 유지하고 조금씩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