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영포티가 될 순 없어
2025.12.29.
2024년에 했던 회고 글에 내년에 그만할 것(Stop)과 새로 시작할 것(Start)을 정리해 뒀어요. 이를 바탕으로 2025년을 돌아봐요.
1. 이기적인 커뮤니티 빌더
Stop: 내 힘을 많이 쓰는 커뮤니티
Start: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500명이 넘는 대학 동문 개발자 커뮤니티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길 기대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방치 상태에 가까워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일을 시작할 때 개발자 네트워크가 부족해 시작한 모임인데, 이제는 아니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필요한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원하면 언제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요.
늘 스스로를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득실을 따지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이 커뮤니티를 시작할 때, 조금이라도 돈을 받으면서 운영하라던 선배들의 조언이 생각나네요.
2. 10년 차 개발자, 1년 차 리드
Stop: 개별 기여자로 남기
Start: 개별 기여자 이상의 퍼포먼스 내기
당근에서 일한 지 3년 8개월이 넘었어요. 개발자로 일한 지도 10년 차에 접어들었고요. 이제는 1인분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기회는 8월쯤에 찾아왔어요. 당근의 '동네생활' 탭을 개편하는 일을 맡게 되었죠. 개발 역량은 물론 프로젝트 관리 능력까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어요. 여러 팀과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었어요. 미친 듯이 몰입했고, 안정적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어요.
이후에는 속했던 팀의 리드 역할을 맡게 됐어요. 다른 회사에선 PO라고 부르는 직무에 가까워요. 사실 개별 기여자로 개발만 하고픈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1인분 이상으로 기여할 방법을 찾다 보니 개발에서 멀어지게 됐어요.
살짝 옆으로 비켜섰더니 보이는 게 달라요. 예전엔 이해되지 않던 PM, 리더들의 마음이 이해돼요. 지금 진행 중인 일에 몰입하면서도 미래를 고민해야 해요.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돌다리를 두드려야 해요.
3. 먹히는 컨텐츠를 찾은 크리에이터
Stop: 자아실현 컨텐츠를 되는대로
Start: 먹히는 컨텐츠를 체계적으로
작년엔 스타트업 개발자의 일상을 주제로 브이로그를 올렸어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었달까요. 무엇을 해냈는지가 중요하지 않아지길 바랐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가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힘들게 영상을 올려도 구독자가 늘질 않았어요. 당연한 결과였죠. 구독해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30대 남성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저희 부모님 말곤 없어요.
그래도 당당하게 카메라를 들고 다녔어요. 카페에서 작업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죠. 그 영상은 조회수가 1만 회가 넘겼고 4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데려왔어요.
영상엔 바이브 코딩하면서 앱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어요. 타이밍이 좋았던 거죠. '바이브 코딩'이라는 표현이 막 한국에서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였거든요.
그 후론 AI를 주제로 삼고 있어요. 혼자서 혹은 인터뷰로 실무 AI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죠. 먹히는 컨텐츠를 올리니 구독자도 계단식으로 늘고 있어요.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구독자 수
4. PT에 300만 원 태운 헬린이
Stop: 게으른 아침
Start: 좋은 습관으로 여는 아침
좋은 습관은 돈으로 살 수 있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 PT를 끊었어요. 300만 원을 태웠죠. 쓴 돈을 생각하니 아침에 눈이 절로 떠져요. 덕분에 10월부터 지금까지 주 3회 운동을 하고 있어요.
좋은 습관으로 운동을 선택한 이유는 '영포티 밈' 때문이에요. 40대가 된 제 모습이 부끄럽지 않길 바랐어요. 망가진 몸을 보면서도 "나 정도면 괜찮지"하고 자위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모습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싶었어요.
운동을 하면서 굽은 체형, 무너진 코어, 부족한 근력을 비참하게 마주하고 있어요. 변화는 눈에 띄지 않고 힘들고 아프기만 해요. 그럴 때마다 JYP의 박진영 씨가 유퀴즈에서 했던 말을 떠올려요. 무대에서의 자유를 위해 정말 하기 싫은 일을 몇십 년 동안 해내고 있다고요.
제 무대인 회사에서 더 재밌게, 오래 일하기 위해서 내년에도 꾸준히 운동하려고 해요.
5. 2026년을 위한 Start, Stop, Continue
Stop → Start
- 코드 짜는 게 나의 일 → 코드를 내려놓고 일을 정의하기
- 편집하면서 제목/썸네일 정하기 → 전부 기획하고 촬영하기
- 커뮤니티 운영 욕심내기 → 위임하거나 개편하기
- 아내와 있을 때도 폰 보기 → 회사 일 아니면 폰 내려놓기
- 출퇴근길에 숏츠 보기 → 오디오북/팟캐스트 듣기
Continue
- 월 2회 영상 업로드하기
- 주 3회 50분 이상 운동하기
- 월 2권 책 읽기
- 생일마다 327만원 기부하기